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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학년 졸업식 ▶ 동결 기간 간막 ▶ 20세 성인 인트로+유의사항 ▶ 4/14 전투 후 조 맥브라이드 사망

▶ 4/15 란 오버다이어, 멜로 클리브 사망 및 스토리 진행 ▶ 4/16 전투 후 루나 세이리아 사망 및 스토리 진행 ▶ 20세 아웃트로 

순서의 스크립트 전문이 있습니다.

 

요약

- 7학년 졸업식에서 죽음을 먹는 자들이 마법부를 전복. 몇몇 사람들은 필요의 방을 통해 호그와트에 침입, 천문탑을 파괴하고 교장 켈리 밀러를 살해.

- 기사단 수장 격이자 호그와트 교감이었던 로저 라이런스가 20세 인트로 기준 한 달 전부터 실종 상태. 그는 호그와트 교장의 유지에 따라 3년간 기사단을 이끌어 왔으나 최근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그러나 라이런스는 아마도 자의로 떠난 것이 분명. 기사단 간부들에게 '마법부 침입'을 명령했다.

- 어둠의 마왕은 우세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기사단을 당장 습격하길 원하지 않았다. 사라진 라이런스가 마왕에게 대단히 중요한 무언가를 가진 채 도주했기 때문. 20세 주간 동안 마왕의 가장 큰 목표는 라이런스를 찾는 것이었다.

- 기사단은 마법부를 전복시키고, 라이런스가 남겨두고 간 명령에 따라 마법부에 숨겨진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두 가지 목표를 위해 침입을 결의. 이 무언가는 점령전에서 캐릭터들이 획득한 [시계].

- 죽음을 먹는 자들은 그런 기사단을 막기 위해 마법부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경계근무를 서는 중이었다. 그들 역시 마왕이 명령한 [시계]를 획득하고자 점령전에 참여. 아직까지 양측 모두 [시계]가 어떤 용도인지는 알지 못한다.

- 이 과정에서 마법부를 사이에 두고 기사단과 죽음을 먹는 자들의 교전 발생. 중간 전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마왕이 본보기 삼아 몇몇 죽음을 먹는 자들을 살해. 이 살해 소식은 발생 후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경로를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기사단에도 전해졌다. 어떻게?

- 도주하던 로저 라이런스는 '래번클로의 보관'을 빼돌린 상태였다. 어둠의 마왕이 이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4/16 양 진영 전투 중 개인적으로 웨일즈에서 라이런스를 추격하던 시점. 그가 이 보관을 쫓고 있다는 내용을 알고 분노하여 마법부에서 난동을 부린 것.

- 아웃트로, 미스터리 부서에서 재등장한 라이런스는 모두의 앞에서 래번클로의 보관을 든 채 명확하게 '호크룩스'라고 발언. '교장 켈리 밀러가 전부 알고 있었다'는 대사를 덧붙였다. 오래된 어둠의 마법이기에 캐릭터들은 호크룩스라는 의미를 아직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겠지만, 어쨌든 모두가 이 단어를 들었다.

- 마지막에 라이런스가 펜시브에 몇몇 재료를 넣고 시전한 마법이 바로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 
 

4/10 : 7학년 졸업식

시간은 유수처럼 흘러, 어느덧 졸업입니다.

그날 연회장에 모인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한 채 무리를 이루었습니다. 학교 망토를 예절 바르게 차려입고 평소엔 영 하지 않던 넥타이도 갖춰 묶었습니다.

누군가는 고개를 들어 꼼꼼히 학교 풍경을 되새깁니다. 낡은 갑옷이나 짜증났던 학교 관리인, 먼지 낀 유리창마저 사랑스럽게 기억하려 최선을 다하겠지요.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이 봄을 내내 아끼며 살아야 할 내일에게 오늘의 그리움을 저축해 주기 위해. 혹자에겐 전혀 반가운 적 없었을 풍경이라 해도, 다시는 찾아오지 못할 눈부심이 된 이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교감 라이런스 교수님이 앞으로 나서 간단한 연설을 하셨습니다. 인재니, 미래니, 그런 말들은 전혀 없이 그저 제자들의 행복을 빌어 주는 말들.

교수님들, 후배들의 축사가 이어지고, 이제 선배로서 답을 할 차례입니다. 졸업생 대표자로 반장 8인이 선서를 진행합니다.

칠 년간 교수님들과 부모님들의 사랑과 정성을 받아 성장한 졸업생 일동이, 이제 자신의 노력으로 앞길을 개척해야 하는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졸업생으로서 호그와트의 명예를 드높일 것을 다음과 같이 선서합니다.

-그리핀도르
하나. 우리는 대담한 용기로서 서로를 기억할 것입니다.
하나. 불꽃의 신념을 건너 함께할 것입니다.

-래번클로
하나. 지혜를 신의보다 앞세우지 않겠습니다.
하나. 사려 깊은 바람처럼 세상을 흐르겠습니다.

-후플푸프
하나. 헌신하고 인내하며 관용하겠습니다.
하나. 땅의 겸허를 내 진실처럼 이해하겠습니다.

-슬리데린
하나. 가장 순수한 가치는 무엇과 닿아 있는지 살피겠습니다.
하나. 진실로 욕심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받아들이겠습니다.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까닭은 하필 그 시점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순간,

창문을 통해 은빛 살쾡이 한 마리가 날아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느리면서도 정중한 음성으로

마법부가 무너졌다.
장관이 죽었다.
그들이 오고 있다.

…어디선가 유리창이 깨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들린 것을 시작으로


창 밖에서 뭔가 무너져 폭발하는 형상이 보입니다. 천문 탑 꼭대기에서 눈이 아린 빛이 터지고 있었습니다. 사방에서 날카로운 노성이 터져 나오고,

"학생들! 이쪽으로 와요! 1학년들, 반장 옆으로 붙어!"

한 번도 높인 적 없던 라이런스 교수님의 큰 목소리와,

"줄지어 나가! 교문까지만 가면 마차가 기다리고 있을 게다. 호그스미드 역에 도착하면 바로 기차에 올라! 오웬 교수와 라이트 교수, 두 사람이 인솔해! 쿠퍼 교수, 소집령을 내려! 불러낼 수 있는 인력은 전부 불러내!"

믿을 수 없는 반응 속도로 창밖에 반사 주문을 날린 허드슨 교수님의 고함 속에……

……그런데 교장 선생님은 어디에?

울음과 비명 속에서 학생들이 마차에 오릅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하다닥하다닥 뼈 부딪히는 소리처럼 경쾌하게. 애수 어린 모든 분위기가 깨지고, 마지막으로 호그와트 성을 한 번쯤 돌아 보리라 결심했던 낭만도 전부 갈라진 채. 


우리는 어디로 향하는 걸까요?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전부
자신조차 밝히지 못하여 길을 모르는 자오선 너머로…………


그러니까 드디어,
찾아올 줄도 몰랐던 희미한 청춘아 안녕.
이 시대 탓에 기쁘고 슬프고 화가 나고 아프고 서러웠던 모든 새벽들아 안녕. 당장에라도 어디론가 달려 나가 버리고 싶었던 한낮에도 안녕. 지독했던 한 해 사이의 여러 이별과도 안녕. 이 계절을 앓았던 기나긴 시간과 우리 소년 소녀들에게 단 두 줄로 안녕.


돌아오지 않을 봄에게 반드시 안녕…….

 

4/10 : 간막 (동결 기간)

1998년. 졸업식 이후 마침내 마법부와 호그와트를 장악한 어둠의 마왕이 사회 전체를 거머쥡니다. 혈통 등록제가 실시되고 모든 정부정책이 반 머글주의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학교에선 머글과 머글 태생들이 순혈 마법사들에 비해 얼마나 하등하고 모자란지를 가르칩니다.

3년간 지하 활동을 이어 오던 기사단은 마법부 핵심 세력을 되찾기 위해 테러를 결심, 마법부에 침입하게 됩니다.

4/11 : 20세 성인 인트로&유의사항

2000년 어느 봄, 채링 크로스.

이번 달에만 두 건의 가스 폭발 사고─어디까지나 머글 기준에서─가 있었던 이 도심, 트라팔가 광장을 거쳐 피카딜리 서커스 쇼핑 센터로 흐르는 대로에 오늘도 갑작스러운 폭발음이 들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머글들의 눈이 쉬이 미치는 곳은 아니다.

어느 빌딩 옥상 위, 긴 레인코트 자락을 흩날리는 일군의 무리가 있었다. 저마다 고작 나무 막대기 하나를 무장처럼 쥔 그들은 하나같이 피를 흘리거나, 찢어진 옷자락을 쥔 채 형형한 눈빛을 불태우고 있다.


"애가 닳은 게지. 분명 궁지로 몬 줄 알았을 텐데."
"그냥 돌발행동 아닌가요? 저쪽 상부에서도 쉽게 건드리지 말라고 분명 이야기가 나왔을 거예요. 벌써 며칠째 대치 상황이잖아요? 키는 미스터 라이런스가 쥐고 있으니까요."


날카롭게 벼려진 이 목소리는 분명 호그와트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로 재직했던 허드슨의 것이다. 뒤이어 또박또박하게 의견을 반박한 것은 마법약 교수였던 라이트. 그녀는 워커 아래로 피 섞인 침을 탁 뱉어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본다. 키가 자신의 허리께에나 겨우 올 적부터 가르쳐 왔던 제자들이 이젠 동료로서 뒤를 지켜 주고 있으니, 볼때마다 기분이 묘한 모양이다.


"다친 사람? 아, 그러니까 내 말은, 영구적 부상 입은 사람? 아니면 혹시 죽은 사람 있나? 있으면 손 들어. 좋아, 없군."
"자꾸 사람 숫자 그렇게 세시면 안 된다니까요. 거기, 코 부러지고 찔찔 우는 놈부터 나오고 나머지는 뒤로 줄 서. 응급처치만 하고 본부로 귀환한다."

이때 대로 건너편, 정확히 이 건물을 마주보는 건너편 빌딩 옥상에도 비슷한 무리들이 있었다. 굳이 차이를 두자면 이쪽의 수가 더 많다는 것과, 큰 부상자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상대편에 비해 차림새도 훨씬 깔끔하다. 다만 조금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은 이들이 몇.

호그와트 출신 교수들은 이쪽에도 있었다. 분위기만 걷어내고 보자면 홈커밍 파티라도 되는 듯하다. 이젠 목덜미가 보이도록 머리를 자른 헨더슨은 답지 않게 구둣발로 바닥을 툭툭 두드리고 있었다. 옆에 선 것은 여전히 훤칠하고 화려한 인상인 변신술 교수 오웬. 

"저쪽은 해산하는 것 같습니다만. 쫓을 필요 없겠어요?"
"그냥 둬. 그분께선 런던 시가전 같은 건 원하지 않으신다."
"뜻은 알겠지만, 너무 늘어지지 않습니까? 저쪽에서 런던을 들쑤시고 다닌 게 벌써 2주쨉니다. 그동안 새로 불러낸 녀석들이 어느새 저렇게 늘어난 거 아닙니까. 이야… 저 친구가 기사단에 입단했을 줄은 몰랐는데."

오웬이 반대편 옥상을 건너다보며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감회에 젖었다. 그의 시선은 멀리 자신의 아내에게서 일정 각도 비껴가 있었다. 헨더슨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 따라가 때려잡으면 전력은 줄일 수 있어도, 꼬리를 잡진 못해. 잡아다 고문한대도 소용이 있나? 아래 사람들은 정말로 라이런스나 '그것'의 행방을 모르는 눈치던데. 간부를 잡자니, 캐런이나 엘리자베스 양을 공격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커."
"그건 그렇습니다. 그럼 저희도 오늘은 해산?"
"내려가. 저쪽에서 내일 밤에 마법부 침입한다고 눈에 불 켠 거 잊지 말고, 순찰조 짜서 돌게 해."
"예에, 아무렴요."

그날 런던 시가지를 한 차례 밝게 달구었던 소규모 교전이 끝난 후의 일이었다.
지루한 접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인트로 직후 롤플레이 안내사항

2000년 3월, 마법부 침입을 결의한 기사단은 전역에 퍼져 있던 옛 동료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기사단 캐릭터들은 이미 런던에서 소규모 작전에 투입되어 있던 상황일 수도 있고, 잠시 도피/멀리 떠나 있다 개인의 사정으로 복귀했을 수도 있습니다. 약 2주 전부터 소집령이 떨어져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 단원들은 인트로 직전 있었던 교전에서야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습니다. 미리부터 교류가 있어 소속을 알고 있던 몇몇을 제외하면 대체로 오늘 서로의 진영을 처음 인지했습니다.

죽음을 먹는 자들 진영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사단의 작전을 막기 위해 런던으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이쪽도 줄곧 런던에 머물렀거나, 타 지역에 머무르다 이야기를 듣고 막 런던에 도착한 등 합류 시점은 제각각 다릅니다. 캐릭터 서사에 맞추어 설정해 주세요.

각 진영의 소속원들이 점점 합류하며 세력을 불려 나가던 2주간, 런던 시가지에서 종종 소규모 전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규모 전쟁이라기보단 어디까지나 전력을 확인한다는 느낌의 충돌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양측 모두 근 몇주 동안은 큰 사상자가 나오지 않은 채 꼬리를 세운 승냥이 떼처럼 서로를 맴돌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늘 간만에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전투가 한 차례 발생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이때서야 옛 친구가 자신의 진영에, 혹은 상대 진영에 소속했다는 점을 알았을 것입니다.

 


위쪽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직접적인 전투 없이 이렇게 간만 보는 상황에 대해 양측의 일반 소속원들끼리 대강 추론한 내용은 있습니다.

- 기사단 수장 격인 로저 라이런스가 한 달 전부터 실종 상태. 그는 호그와트 교장의 유지에 따라 3년간 기사단을 이끌어 왔으나 최근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 그러나 라이런스는 아마도 자의로 떠난 것이 분명. 기사단 간부들에게 '마법부 침입'을 명령했다.
- 어둠의 마왕은 우세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기사단을 당장 습격하길 원하지 않는다. 사라진 라이런스가 마왕에게 대단히 중요한 무언가를 가진 채 도주했기 때문. 지금 마왕의 가장 큰 목표는 라이런스를 찾는 것이다.
- 마왕은 당분간 기사단을 살상하는 것, 머글들의 시선이 특히 집중된 런던 한복판에서 큰 전투가 발발하는 것 모두를 금지. 라이런스의 행방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열세에 몰린 기사단으로서도 당장 크게 부딪히고 싶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
- 기사단은 마법부를 전복시키고, 라이런스가 남겨두고 간 명령에 따라 마법부에 숨겨진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두 가지 목표를 위해 침입을 결의.
- 죽음을 먹는 자들은 그런 기사단을 막기 위해 마법부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매일 경계근무를 서는 중. 더불어 추측하기로 아마 마왕 역시 라이런스가 명령한 '마법부에 숨겨져 있다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

 


지금 '런던 작전'에 투입된 죽음을 먹는 자들은 런던 교외의 헨더슨 저택에, 기사단원들은 본부인 런던 북부 클레어몬트 스퀘어 23번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양측 상부의 이해가 교묘하게 맞아 떨어진 탓에 격렬하던 대립 상황은 런던에 한정하여 잠시 소강 상태. 직접적 공격 없이 아슬아슬한 대치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집단 단위의 전투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신체적 대립은 암묵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 때문에 런던 시가지를 거닐다 옛 친구들을 조우할 수도, 그와 대화를 나누거나 심지어는 식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개인 대 개인이라면 지팡이를 겨눌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두 집단 모두, 내일부터 기사단이 마법부 침입 작전에 돌입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4/14 : 전투 후 조 맥브라이드 사망 

상처를 감싸 쥐면서 본부로 복귀하던 중.

어쩌면 미리 수를 세어 보았어도, 그때 당장은 별달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쨌든 기사단 전원이 클레어몬트 스퀘어 23번지에 도착했을 무렵 누군가는 알아차렸습니다. 우리 숫자가 평소보다 하나 부족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경상자 이하 단원 전원이 소집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짜증을 내면서, 누군가는 공포에 질려서, 누군가는 잔인한 예감에 몸을 떨며 골목을 누비기 시작했습니다. 은빛 패트로누스가 몇 바퀴 공중을 맴돌다 두려움 속에 팍 사그라듭니다. 바람 한 번에 꺼지는 양초처럼 단순하고도 괴로운 어둠 안으로...

조,

조 맥브라이드! 어디 있어!

흐느낌 같은 부름에도 그 선수는 링 위로 올라오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붉은 것들을 볼 때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곤 합니다. 혹자는 불꽃을 떠올리고 혹자는 피를 떠올리나 대개 그런 정서가 생명력과 관계있다는 점만은 뚜렷합니다.

그러나 정처 없이 런던을 뛰어다니던 어떤 단원의 발 아래에, 나뒹구는 글러브가 채였을 때에... 그는 자신이 피웅덩이를 건넜다고 생각했지만,

밟은 것은 넘실거리는 불길 같은 머리카락이었습니다.


늘 들끓는 심화 속에 살던 이 챔피언은 아마도 본부로 돌아가기 직전 갑작스러운 분개 탓에 발걸음을 되돌린 모양입니다. 그러나 연전연승을 거두던 우승자라도 단 한 번의 패배로 주저앉는 것이 당연한 이치. 결투에서 진 선수는 더는 챔피언일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벨트를 거둬간 시신 위로 라운드벨이 울립니다.

 

 

 

4/15 : 란 오버다이어, 멜로 클리브 사망 및 스토리 진행 

공포 서린 눈길들이 침묵 어린 테이블 위를 건넙니다.

런던 교외. 달빛에 반짝이는 가문비나무 숲속의 헨더슨 저택입니다. 도심 속 건물이라기보단 컨트리 하우스 규모로까지 보이는 이곳은 그 위상에 맞게 엄격한 출입 통제를 건너서야 내부로 들어설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 문신'이 없는 자들은 대문조차 만지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누군가는 이곳으로 출입하겠지요. 발자취를 따라가면 1층 홀을 지나게 됩니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비싼 카펫트를 밟아 2층으로 오르면, 머리 셋 달린 뱀 문양이 음각된 문 하나를 볼 수 있습니다.

긴 연회용 테이블 상석에 앉은 그분이 누구인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거미 다리 같은 지팡이를 부드럽게 쥔, 창백한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딱, 딱, 딱.

어제의 실패와 더불어, 멀리 웨일스에서 잠시 꼬리를 밟혔던 로저 라이런스가 다시 한 번 추적자들을 물리쳤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분노는 당연한 수순. 

그분께선 길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미 몇몇이 본보기로 끌려나와 고문당한 탓에 사지를 떨고 있었습니다. 눈이 마주치면 죽는다. 쉽게 겁에 질리지 않는 자들조차 비슷한 위기감을 느끼고 시선을 내리깐 채였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가 믿어왔듯이 운명은 피할 수 없고
혹은 취기가 일러 주듯 세상은 경종 속에 흔들리는 지옥 아닌 지옥이며

역방향으로 뒤집힌 카드가 어쩌면 오늘 바로 그 불운을 인도하였을지 모르는데
거처를 모르는 척하는 술주정뱅이의 발걸음이 비틀비틀 벼락 맞은 탑으로 이끌립니다.

그가 말씀 올린 예언을 그분께선 믿으셨을까요?
신뢰하였든, 그렇지 않으셨든, 지금에야 대단치 않습니다. 중요한 일은 멜로 클리브가 바쳤던 승리의 예언이 어긋났다는 것이고, 란 오버다이어가 전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며, 그분께서 몹시 노하셨다는 것이며, 
사람은 누구나 죽고 그 과정은 때로 단 한 사람의 손짓이나 감정에 달릴 수도 있을 만큼 어처구니없다는 것입니다. 전쟁이 그렇습니다.

초록 불빛이 두 번 번쩍하고 가까이 있던 이들이 눈을 깜빡한 순간 두 청년이 무정물이 되어 무너지는 것을 우리 모두가 보았습니다.

굵고 거대한 뱀이 배를 끌며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이 두 건의 사망 소식은 곧장 기사단으로도 전달되었습니다. 어떻게 전해졌을까요? 우리, 이 사실을... 분명 누군가에게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최초로 퍼뜨린 사람은 대체 누구죠? 그 저택 안에서 일어난 일을 어떻게 알아서?

밤이 저물어 갑니다.

 

 

4/16 : 전투 후 루나 세이리아 사망 및 스토리 진행

저마다 피를 닦아 내면서, 혹은 먼지를 털면서 입술을 깨물고 물러나던 무렵.

죽음을 먹는 자들은 갑작스럽게 문신에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부상으로 신음하던 여명의 기사단은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을 감지합니다.

공포스러운 예감은 결코 틀리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부서지고 부상자들이 나뒹구는 마법부에 검은 연기 형태를 한 누군가가 날아들어왔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도 묘사할 수 없고 무슨 비유로도 짐작하지 못할 최악의 등장입니다.

그는 몹시도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의 공방전 따위야 중요치 않은 모양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응전 중인 상황을 단숨에 버러지들의 발버둥으로 취급하면서 그는 지팡이를 휘둘렀습니다. 고함 소리에 유리들이 와장창 깨져 나가고, 집기와 가구, 선반이 무너져 내립니다.

그 혼란 속에 파묻히거나, 다치거나, 머리를 부딪히거나...
혹은 무언가에 깔려 쓰러지거나, 눈을 감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고민은 대개 무익합니다. 그래도 때론 그런 사고방식에서 놀라운 직관력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마술과 마법의 차이에 대해 고민한 어처구니없는 마법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나비처럼 경쾌하게 걸을 줄 알던 소녀입니다.

 

그러나 가장 악독한 마법은 본질적으로 마술과는 그 질이 달라서, 반드시 누군가를 기쁘게 해줄 수만은 없습니다.
루나 세이리아는 지금 '사라지는 마술' 같은 공연 속에 들어간 것이 아닙니다.

눈 아리도록 빛나던 금발을 스스로 버린 머리카락이 기둥 아래 흩어져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분을 못 이겨 몇 차례 더 악을 터뜨리던 그가 불시에 사라졌습니다. 당혹한 사람들이 입가의 피를 닦으며 일어났습니다.

오늘 분명 죽음을 먹는 자들이 승리를 거두었고, 기사단 전력을 절반 이하로 흐트러뜨리는 데에도 성공했습니다. 어째서 저렇게 노여워하는지 아무도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관찰력이 좋은 오웬이 의아하게 중얼거리는 것은 모두가 들었습니다.


"래번클로의 보관이라고요? 그건 진작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보관?"
"분명 지팡이를 들어올리시기 전에... 그렇게 말씀하셨는데요. 미스터 라이런스가 그걸 들고 있었다고."

 

 

 

4/17 : 20세 아웃트로, 타임 리프

그런 말들이 있습니다. 최후, 결전, 응전, 위기, 사람을 가장 한계까지 몰아가면서도 초라하게 만드는 것들. 신념을 세우려다가도 긍지라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게 하는 상황들. 유사 이래 공방전의 승패를 가르는 마지막 날은 언제나 가장 비참한 방식의 비장함을 불러 일으켜야 하는 시간으로 지정된 모양입니다. 크레타에서 그랬고 레닌그라드에서 그랬습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은 '승패를 가르는' 어떤 종류의 전략전술도 사용되지 못할 날입니다. 세상의 추는 완벽히 더 삿된 방향으로 기울었고 기사단은 가장 나약한 단 하나의 촛대처럼 폭풍 앞에 서 있습니다. 모인다 해도 결코 횃불이 될 수 없을 힘들.

싸우다 죽느냐, 가만히 앉아 있다 죽느냐, 두 선택의 결론이 대체 어떻게 다른가요? 누구도 그런 건 알지 못합니다. 다 소용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정말로 다르지 않다면 이들은 어째서 걷고 있을까요?

죽음을 먹는 자들이, 몇몇은 무심한 눈으로, 몇몇은 웃으면서, 또 일부는 억지로 울음을 참으면서, 다가오는 기사단원들을 보고 있습니다. 친구를 알고 이별의 괴로움을 알고 때론 협박이나 상황의 단절에 시달려 반억지로 지팡이를 들었다 한들, 누구도 그들에게 도덕과 면죄부를 주지 않아야 합니다. 애초부터 당사자들도 그런 일을 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이룬 사회가 어떠할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비정한 선택에 후회는 허락되지 않을 테니.

비통한 절규가 소리 없이 던져집니다.
불사조를 상징으로 삼았으나 결코 다시 태어날 수는 없을 사람들이, 본인들 역시 너무나 잘 알, 가장 확실하기 짝이 없는 죽음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건 전투라고 부르지도 못합니다. 좁은 공간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난의 규모를 줄짓자면 가장 선두에 세워도 모자라지 않을 학살입니다. 망설임의 크기가 다를 뿐, 용서받지 못할 저주는 계속해서 공중을 날았습니다. 꺾여 짓이겨지면서도 달려드는 발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 이 무익한 싸움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자문하는 사람들. 사람, 사람, 사람. 사람이 죽습니다. 모두가 귀하다 주장하는 생명이 남김없이 박살나고 있습니다. 이 광경에 정당한 이데올로기라는 게 존재하나요? 존엄이란 어디서 출발하여 어디로 도달하는 단어일까요?


밀려들던 난전이 정신 차릴 틈도 없이 지하로,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쫓기거나 유인당하면서, 진영과 진영의 구분 없이 엉킨 이들은 지하 9층까지 다다랐습니다. 기사단도 죽음을 먹는 자들도 이 장소를 피상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며칠간 벌어졌던 전투에서도 이곳까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미스터리 부서, 가장 지혜로운 마법사라 해도 쉬이 알아차리지 못할 것들을 논한다는...


그런데 그 혼란 사이에

찰그랑...


몇몇 무리가, 가운데 원형 제단이 있는 어떤 방까지 나가떨어졌을 때, 제단 위에 두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슬로우모션처럼 모든 이들의 눈길이 그곳으로 향합니다. 기묘한 은빛이 넘실거립니다. 그 아비규환 속에서 기이하게도 누군가 소근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
그리고 언제고 변하지 않을 우리들의 교감 선생님,

이르게 센 은발이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피니 그 제단은 거대한 대야 같은 형태였습니다. 저건... 펜시브인가요? 분명 그런 것 같습니다. 액체도 기체도 아니면서 바람 같기도 하고 날실 같기도 한 무언가가 소용돌이칩니다. 순간적으로 모두가 입을 다물었습니다. 번쩍이던 주문들이 조용해지고, 일부러 시키려 해도 그럴 수는 없을 이상한 침묵 속에서, 몹시도 뚜렷한 발성이 들립니다.


"이게 자네의 세 번째 호크룩스지. 맞아, 켈리는 전부 알고 있었네."


그는 천 년의 세월을 쥔 어떤 보관을 들어올렸습니다. 주변 모두가 볼 수 있을 만큼 과장된 몸짓입니다. 빛이 반사된 보관이 찬연하게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그것을, 누군가 말리기도 전에 거대한 펜시브 안으로 빠트렸습니다. 그리고 노랫가락같은 주문을 읊기 시작했습니다. 마왕이 비명을 지르며 지팡이를 들었습니다. 동시에 피투성이가 된 채 달려온 엘리자베스 라이트가 그간 기사단에서 모았던 모든 모래시계를 쏟아부었습니다. 이유도 모르지만 결사적인 행동.


그리고 모든 것이 어두워졌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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